부부싸움, 아내는 왜 자꾸 예전 일을 들출까?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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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아내는 왜 자꾸 예전 일을 들출까?


"자긴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라는 물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라면, 그 다음으로 무서운 건 엎친 데 덮친 듯 찾아오는 "예전 일"이다. 특히, 이미 서로 합의(응?)를 봤다고 생각한 "예전 일"이 다시 나올 때면, 지금 당면한 문제의 답을 구하는 연산과정에 부하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며 담배를 태우는 것을 제외 하고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기 힘든 남자의 특성상,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답을 말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면, 결국 금기된 말을 꺼내고 만다.


"또 그 얘기야? 그건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이 말은, 잠깐 상황을 해결해 주는 듯 보이다가 잠시 후 더 무시무시한 문제를 만들어 낸다. 바로 "다른 예전 일"이라는 "다음 판 왕"을 부르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외줄 위에서 위태로운 모습으로 중심을 잡던 남편은 이 "다른 예전 일"이라는 강풍에 쓰러진다. 


"그만 하자.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니?" 


이로써 부부사이에는 "빙하기"가 찾아오고 주변에 널려 있던 행복은 멸종을 맞는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슬픈 공룡처럼 각자 할 일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쿵. 쿵. 쿵. 


이런 상황을 만드는 "예전 일"은 도대체 어디에 살고 있었던 것일까? 분명 전에 다 해결한 줄 알았는데 죽지도 않고 찾아오는 "다른 예전 일"들은 또 어떻게 살아난 걸까? 오늘은 이 "예전 일"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 함께 떠나보자. 


1. "예전 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은? 
얼마 전 NASA에서 "신종 미생물"에 대한 발표를 했던데,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고, "예전 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론 대략, 


a. 다혈질 남편과 소심한 아내가 사는 곳 
b.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지닌 남편이 사는 곳 
c. 변덕이 심한 아내가 사는 곳 
d. 외박 문제, 돈 문제,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 곳 


이와 같은 가정을 꼽을 수 있다. 위의 글만 읽고 또, "맞아요. 제 아내 닉네임이 변덕여왕ㅋㅋㅋ"이라며 좋아하지만 말고 차근차근 부부생활을 돌아보자. 


혹시 "화가 나서"라는 이유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말을 내뱉은 적은 없는가? 혹은 "대체 왜 그래?"라며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 윽박질러 자신의 생각에 맞추도록 강요한 적은 없는가?


"예전 일"은 마음의 상처가 깊을 때, 바로 그 상처 안에 둥지를 튼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 눈치 채지 못했을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을 가르쳐 주다, 


"깜빡이부터 켜라고. 깜빡이. 아까 말했잖아. 지금 켜지 말고! 앞에 봐." 


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가르쳐 줘도 잘 못하니까 답답해서" 한 말이겠지만, 아내의 마음  속엔 바로 그 순간이 "예전 일"로 변해 둥지를 튼다. 그리고 "예전 일"들은 서로 군락을 이루고 사는 까닭에 이 "운전 배우던 날"은 오래 전 "컴퓨터를 배우던 날" 옆에 자리한다. 이것이 "예전 일"에 이어 "다른 예전 일"이 함께 등장하는 이유다. 






2. "예전 일"은 무얼 먹고 살까?  
"예전 일"은 "비슷한 일"이 라는 먹이를 먹고 산다. 과거의 벌어졌던 일과 유사한 일이 또 일어나면 "예전 일"은 이 "비슷한 일"로부터 양분을 얻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간혹,
 
"전에 제가 실수 했을 때에는 이벤트까지 해가면서 사과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 실수를 아내가 용서해 주기로 했는데, 갈등이 생기면 또 튀어나오네요. 분명 사과까지 다 한 일인데 그 얘기를 또 하니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제가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 남편들이 있는데, 그건 큰 오해다. 


"예전 일"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소멸되어 가는 것이지, 이벤트나 선물을 마련했다고 단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당신 역시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트라우마"의 순간이 있지 않은가. 상처는 흉터가 되고, 흉터는 그것을 바라볼 때마다 과거의 아픔을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신호대기 중이던 당신의 차를 뒤에서 크게 들이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허리와 목에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다. 그 상황에서 내가 당신이 제시한 합의금보다 더 큰 돈을 가져왔다고 해도, 그 돈을 받는 즉시 당신의 부상이 낫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바로 이와 비슷한 이치다. 그리고 당신이 퇴원해서 다시 운전대를 잡았을 때, 똑같은 자리에서 또 똑같이 내가 당신의 차를 들이받았다고 해 보자. 당신은 "또 야?"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자동차 비유가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왜 "초범"과 "상습범"의 형량이 다른지를 생각해 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3. "예전 일"을 박멸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그렇다면 서서히 소멸될 때 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 "예전 일"을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흉터 하나 남지 않도록 감쪽같이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흉터가 남지 않도록 "상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미 "예전 일"을 만들어 버린 상황이라면, "좋은 일"을 활용해 "예전 일"이 고개를 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전 일"은 "좋은 일"과 "나쁜 일"로 나뉘며, 그것들은 "추억"이라는 방에 살고 있다. 이 둘이 같은 방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 "좋은 일"의 자리를 넓히는 것이다. 


"좋은 일"이 "나쁜 일"보다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더 적게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재 "나쁜 일"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좋은 일"은 상대적으로 더 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방법이 가장 좋은 까닭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화를 풀어 주기 위해서 백화점으로 달려갈 필요도 없고, 비상금을 털어 이벤트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러한 방법들과 함께 사용하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집안일의 배분을 공평하게 나눠서 하고 있는가? 


그건 당연한 거고, 가끔은 당신이 배분된 양보다 많은 집안일을 해 보자. 잔소리를 들어도 묵묵히 TV 앞을 지키던 모습은 버리고, 능동적으로 집안일에 참여해 보는 것이다. 단, 백년의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집안일 도와주기"를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아선 곤란하다. 


냉장고에 먹지 않는 음식들이 왜 이렇게 많냐느니, 접시는 새 거 있는데 왜 헌 접시들을 쓰고 있냐느니, 이런 얘기만 늘어놓을 거라면, 그냥 TV 앞을 계속 지키는 것이 낫다. 


이전 글 "피할 수 없는 부부싸움,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에서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스킨십을 늘리자. 




같은 하숙집에 사는 남녀가 아니라 부부인데 왜 멀찌감치 앉아서 각자 할 일 하거나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는가. 손잡는 것, 포옹하는 것 모두 무료다. 침대에서만 스킨십을 할 게 아니라 늘 서로를 어루만져 주도록 하자. 부모님의 손을 잡을 때 당신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처럼,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 당신과 아내의 딱딱한 마음이 사르르 녹게 될 것이다. 


이 외에 어떻게 해야 "좋은 일"의 자리를 넓힐 수 있는지는 본인이 더욱 잘 알거라 생각한다. 
아내에게 당신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정에 충실하고,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남편에게 "예전 일" 타령을 할 아내는 없다. 만약 당신이 최선을 다해 "좋은 일"을 만들려 노력하는데도 아내가 "예전 일"을 꺼내 당신에게 건넨다면, 그땐 그 일들에 대한 해답을 꺼내지 말고 당신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들을 말하자. 


그렇다고 "나도 이러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대치하진 말고, "이러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한가봐.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조금만 이해해 주라."라고 대화하는 거다.


사실, 아내가 "예전 일"을 자주 들춘다는 불평은 참 슬픈 얘기다. 그건, 그만큼 깊은 상처가 있었고, 그 상처를 또 비슷한 어떤 일이 자극해 다시 떠오르게 만든 것 아닌가. 불평하기 전에, 반성할 일이다.  


"그럼 아내가 예전 일들 꺼내서 싸움이 자꾸 커지는데, 그냥 이해하라는 건가요?" 라는 물음에 O, X로 대답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O라는 답을 들겠다. 단, "그냥 이해"라고 생각하진 말길 바란다. 


아내가 꺼내는 "예전 일"은 "포효"라기 보다 "비명"에 가까우니 말이다. 오늘 함께 살펴본 "예전 일"의 서식환경, 먹이, 박멸방법을 잊지 말고 활용해, 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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