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몸이야기]감각을 즐길까 감정을 즐길까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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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4-08-02 16:16]
  
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는 나는 ‘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곤 한다. ‘성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개념이나 행위, 느낌을 자유롭게 말해보라’고 주문하면 정말 다양한 대답들이 나온다.

‘성이란 야함, 흥미로움, 드러내기에 쑥스러운 느낌, 남과 여의 구별, 본능, 생명, 축복, 신비함, 남녀간의 성행위이다’ 등 사람들이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교사대상 교육에서는 ‘생명, 사랑, 아름다움, 축복’ 등 무척 형이상학(?)적인 대답들이 나오는 반면, 남성 직장인들에게서는 ‘쾌락, 포르노, 단란주점, 부킹, 원나잇 스탠드’ 등의 구체적인(?) 대답이 나온다.


성에 대해 어떤 사람이 가지는 의식은 그 사람이 성에 대해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지금까지 어떤 성적인 경험을 가졌는가, 또 지금 그 사람이 주변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즉 성이란 그 사람의 문화이며 인격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군조종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중 한 사람에게서 ‘성은 세기말을 떠올리게 한다’는 독특한(?) 대답을 들었다. 즉 말세(?)이고 무척 문란하다는 위기감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우리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보면 정말 그의 대답에 공감하게 된다.


성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되고 (하다못해 20여명의 무고하고 힘없는 여성들의 생명을 앗아간 희대의 살인마 유모씨조차 그 살인의 원인을 ‘몸을 잘못 놀린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고 답하지 않았는가? 본인 스스로 강간용의자였던 그가 어떻게 그런 이야길 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지만…) 모든 관심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시사잡지를 포함해 어떤 매체든 섹스에 대해 다루지 않으면 팔리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에서조차 내용이 어떤지보다는 출연하는 여배우가 얼마나 심하게 노출했는지, 진한 베드신을 연기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홍보한다.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 성인 사이트에서는 실제 자신의 연인이나 아내와의 섹스장면을 찍어 올리고 그 밑에는 네티즌들의 열성적인 리플이 달린다. 일탈성의 스쳐가는 관계도 아니고 자신이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의 비밀스런 섹스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관람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꽤 공신력있는 잡지들조차 아닌 척하면서, 걱정하는 척하면서 선정적이고 감각적인 섹스에 대한 취재를 앞세운다.


섹스의 효용이라면 몸에 대한 즐거운 감각과 함께 마음의 위안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섹스에 마음이나 관계는 없고 자극적인 감각만이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나눌 때 더없이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의 섹스는 허무함과 소모됨만을 느낄 뿐이라고 얼마 전 영국의 한 학회에서도 부연한 바 있다. 우리가 섹스라는 행위가 주는 감각만을 추구한다면 그 자극의 한계를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러다 보면 우린 필경 섹스조차 장치를 이용해 감각만을 자극하는 감정없는 사이보그가 되어서야, 좋은 사람과 소통으로서의 섹스를 포기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배정원·행복한성문화센터소장 www.baej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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