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의 맛은 냄새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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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맛은 냄새보다 못하다?              이미지 #1 

며칠 전 드디어 처녀 딱지를 떼었다는 한 친구와 이야기하게 되었다. 드디어 그 친구와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미치도록 반가웠다. 사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혼전순결자라는 사실이 가끔 나도 놀랍다. 나도 모르는 새에 그 사실이 나를 외롭게 했었나 보다. 사실 섹스 이야기는 나와 섹스를 하는 당사자보다는 각자 나름의 섹스 데이터를 쌓아온 동성 친구들과 할 때 더 흥미진진하지 않나. 각자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샘솟기도 하고, 공감의 꽃이 피어 오르면서 미친 듯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어땠어?"
"왜,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는 빵이 있잖아. 냄새가 너무 맛있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느낌? 그런데 막상 그 빵을 먹었는데 그 정도의 맛은 아닌 거... 딱 그런 느낌이었어."

아직 '이전과는 다른 세계'로 입문한지 얼마 안 된 섹스 초보가 내놓기에는 너무나도 그럴싸한 말이었다. 맞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와 나 사이에 전류가 흐르고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홀린 듯이 서로를 애무할 때면 나에게 섹스의 향기는 너무 달콤하다 못해 간절하기까지 했다.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조급증이 일기도 했다. 그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황홀경의 마지막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뭔가 불안했던 무엇이 완벽하게 완성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간절하게 그를 맞이하고 나면 황당하게도 무엇인가 허무한 기분이 나를 감쌌다. 내가 상상했던 느낌과는 일치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끈적한 케미스트리가 만들어낸 기대치가 너무나 높아서일까? 애무와 삽입은 어쩌면 전혀 다른 세상에 있다고 느껴졌다. 섹스에 있어서 삽입은 나에게 냄새에 못 미치는 맛의 빵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냄새보다 못한 맛에 실망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냄새와 맛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고로 냄새와 100% 일치하는 맛을 가진 빵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뭐, 냄새가 맛보다 더 맛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냄새는 냄새대로 맛은 맛대로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처럼 섹스에서 애무와 삽입도 우리에게 다른 유희와 만족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냄새와 맛인 것이다.

냄새와 맛이 같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다면, 그 둘을 전혀 다른 두 개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었다면 섹스의 냄새와 맛 모두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섹스 초보 친구의 의도치 않은 명언을 듣고 냄새에 취해 제대로 맛을 보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후회스러워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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