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섹스 - 취하고 취하는 것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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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4 06:20
영드 [doctor foster]
술에 취해 하는 섹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온전한 정신으로 상대와 교감하고, 민감하게 성감을 느끼고 싶어서 말이다.
술에 취한 날 누군가와 밤을 보내면 별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온전한 교감도 없고 흐릿한 정신과 기억이 다음날 기분마저 어둡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취하고 산다. 힘들어서 잠시 중요한 것들을 놓고, 매일 연신 술을 들이킨다. 술을 마실수록 더 외롭고, 더 힘들다. 공허한 자리가 갑자기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채울 수 없는 마음에 술을 마시고, 더 처절하게 채울 수 없는 자리를 페니스로 채웠다.
다음 날 기억을 더듬어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섹스. 그래도 좋은 섹스가 있었다. 술에 취하고 그 사람을 취할 수 있는 섹스.
그 사람과는 술에 취해 만나거나, 혹은 만나서 술에 취했다. 술 없이 섹스한 적이 없는 거다. 그런데 이토록 달콤한 알콜섹스는 처음이었다.
처음 취해서 취한 날은 그가 나를 덮쳤다. 말 그대로 덮쳤다. 싫지 않았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좋아할 수도 없었다. 마음속으로, 그리고 말로 내뱉은
“안 돼요.”
안 된다고 해봤자 서로 취해서 엉켜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섹스하는 곳이 아닌 장소에서 날 덮친 놈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그 다 음날 그를 찾아 확인하고 싶어 또 만나 술에 취했다.
“난 당신이 좋네요.”
그도 나를 좋다고 했다. 그리고 또 서로를 취했다.
동명 소설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성적 판타지에 대해 대화했다. 그는 평범하고도 평범한 섹스만 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성적 판타지는 소프트한 장르에 속하는 포르노처럼 오럴섹스도 하고 애널섹스도 하고, 맘껏 애무해보고, 여자가 사정에 이르는 것을 보는 것 등이었다.
평범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 판타지를 섹스에 도입했다. 하나씩 하나씩. 오럴도 하고 애무도 받고, 애널도 하고 시오후키도 했다. 그도, 나도 서툴러서 분수같이 쏟아지는 시오후키가 연출되진 않았는데, 시트가 흥건히 축축해졌으니 된 거다.
애널을 해 본 뒤, 어느 날 후배위로 섹스 도중 그가 물었다.
“뒤로 하는 게 좋아?”
그래서 나는 앞, 뒤 둘 다 좋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가 말한 뒤는 애널이었다.
‘후배위 도중 뒤로 하는 걸 물어보면 포지션을 생각하지.... 이 소극적인 변태 같으니....’
그리고 후배위 자세에서 애널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래서 애널은 오히려 앞으로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한 뒤 자세를 바꿨다. 마주보는 자세가 덜 아프고, 잘 들어간다고 말이다. 마치 용변 보듯이 다리도 접고서 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역시 그도, 나도 서툴러서 아플 수밖에.... 충분한 애무 후에 시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정성스러운 애무가 동반되면 항문과 직장이 자극될수록 클리토리스도 점점 커진다. 그러면서 앞뒤로 물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런 애무가 부족하면 계속 항문으로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은 불안감과 불쾌한 통증이 마치 뭔가 마려운 듯이 느껴진다.
이상한 건, 애널섹스만큼은 아무나와 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에서 특별한 사람과 하고 싶다. 그래서 별로 해본 적이 없다. 불쾌함과 유쾌함이 동반되는 애널 섹스는 서로 존중하는 좋은 마음이 전해져야 따가운 따뜻함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어쩌면 취해서 소소한 그의 판타지를 다 해봤을 수도 있다. 요즘은 전처럼 섹스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는데, 그와 취해서 취하는 육체만큼은 적극적이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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