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 목매달기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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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2 09:20
영화 [we love you to death]
사람들은 레드홀릭스에서 만나서 섹스하기가 쉽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맞는 이야기에요.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이며, 섹스에 관심이 있으니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죠. 그리고 실제 그렇게 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테고요. 하지만 그게 주가 되면 곤란해집니다. 사람들이 숨어서 자신의 말만 되풀이하는 모습이 지속해서 발견됩니다. 마치 할 말만 하고 채팅해서 끌어내기를 하면 성공하는 만남 앱처럼 말이죠. 레드홀릭스에서 그런 구인 글로 채워지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레드홀릭스는 섹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우스갯소리를 해도 비난을 받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즐거운 공간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몇몇 사람들이 철저히 자신을 감추기 시작했어요. 닉네임만으로도 충분한데, 많은 이들에게 이조차도 숨겨야 하는 이미지란 게 생겨 버렸습니다. 자신을 꺼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사라져 버린 거죠.
남자들은 자신의 육욕에 빠져든 모습을 애써 보이지 않으려 하고, 여자들은 글 하나 올릴 때마다 쏟아지는 노골적인 말들을 감당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을 그림자 속에 묻어 버렸습니다. 음지의 성을 수면 위로 기껏 끌어올렸는데, 거기서 다시 자체적으로 물웅덩이가 생겨버린 거죠. 어떻게든 현실의 자신을 부정하고 거듭 꿈을 꾸기를 원하게 된 겁니다. 그건 어떻게 보면 정말 유지하기 힘든 이중적인 삶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에요.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고 몸으로 하는 대화에 치중해서는 나중에 그것을 얻지 못하고 계속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자신의 현실에 염증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호응이 없어도 좋아요. 누군가가 답글을 달지 않는다는 두려움에 잡혀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긴 나의 섹스러운 삶을 기록하고 마음속 담아 둔 진심을 여기저기 흩뿌려도 좋은 장소니까요. 그 와중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대화를 나누며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밀려드는 쪽지에 겁을 먹지 말고 자기 생각을 담아 답변해 주세요. 또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가이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봐주는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욱이 레드홀릭스처럼 나의 닉네임, 나이, 사는 곳 정도만 드러난 '익명의 공간'에서라면 더더욱 말이죠.
당당하게 자신을 밝히고 말하세요. 섹스를 좋아하고, 섹스하고 싶어 미칠 것 같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긴 그런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질감을 공유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있는 곳이죠. 바깥을 보세요. 성에 관련된 포털 사이트의 기사 하나에 모든 이를 성범죄자로 몰아가는 중론이 기본이 되는 게, 이곳 대한민국입니다. 어떠한 자유도, 다양성도 인정하지 않는 몇 십 년 전의 모습 그대로를 한결같이 이어 오고 있는 거란 말이죠. 하지만 여긴 또 다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당신은 이 글을 자기 전 침대 맡에서 읽을 수도 있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점심시간 책상에 앉아 반쯤 졸린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언제건 어디서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섹스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지금 스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미 성공한 거니까요. 그리고 이 공간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적고 나눠 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관계를 놓치지 말기를 바랍니다. 이미 시작되었고, 작년보단 올해가, 그리고 올해보단 내년이 더 섹스럽고 끈적거리는 열정으로 넘쳐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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