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뜰까 말까, 불을 켤까 말까_by 성지식
예민한 그녀의 어두컴컴한 성생활
H씨는 고민이 많은 여자다. 키스를 할 때도 눈을 감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섹스를 할 때도 불을 켜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쉽다면 쉬운 문제 앞에서 고민이 한 가득.
“그냥 본능대로 해. 뭔 고민이야?”
주변 사람들의 경험 섞인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번 키스와 섹스 앞에서 갈림길에 놓인다.
눈을 감으면 자꾸 눈이 깜박거리고 답답하기만 하고, 눈을 뜨면 코 앞에 상대의 얼굴이 있어서 민망하고.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긴긴 키스타임의 중간중간, 눈을 슬쩍 떠보기도 했단다. 그러나…
“갑자기 눈 앞에 그 사람 이마의 여드름이 확 눈에 띄는데, 아우!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쳐 버렸다니까.”
그녀의 유난스러움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눈 한 번 뜨는 데 뭐가 그리도 어려운 지. 차라리 눈을 감으려면 눈의 갑갑함보다는 키스의 달콤함에 집중한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말이다.
“불은 꺼주세요, 제발!”
이런 형국이니 섹스에서도 예민한 선택의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상대와의 섹스가 조금 익숙해질 때면 불 켜고 옷 벗는 행동들이 일상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성생활 5년 여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불은 꼭 꺼야 하며 섹스가 끝나면 옷가지를 집어 들고 후다닥 화장실로 내빼기 바쁘다.
“너무 부끄러워요. 내 몸을 보이는 것도, 흐트러진 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섹스 중의 무방비한 내 모습도요.”
그래서 수줍음이 유달리 많으신 그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두 눈 꼭 감은 채 청각과 촉각만으로 섹스를 즐기신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는 정말 수줍음이 많아서, 예민해서 어둠의 키스와 섹스만을 원하는 걸까?
글 쎄… 문제는 아마도 그녀의 ‘집중력’일 듯 하다. 솔직히 그 중요한(?) 순간에 눈을 떠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를 생각하고, 자신의 몸 콤플렉스 타령이나 해댄 다는 것은 그녀는 아직 상대와의 관계에 있어 포커싱을 맞추기 힘든 탓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키스 중 상대의 여드름이나 보고 있고, 마치 잘못 저지른 아이마냥 섹스 후에 화장실로 줄행랑치기 바쁠까.
시 각이 키스나 섹스에 주는 은밀한 옵션을 생각한다면 이 바보짓을 후회할 지도 모를 노릇. 상대의 얼굴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키스하는 묘미와 상대의 몸짓, 표정, 머리카락, 땀방울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한 번쯤은 자신의 터부를 과감히 떨쳐버리자. 눈을 뜨고 불을 켜면 이제껏 몰랐던 또 다른 신천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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