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증’ 극복한 결혼 8년차 30대 주부 진영미씨 솔직 고백_by 성지식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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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09:20
‘불감증’ 극복한 결혼 8년차 30대 주부 진영미씨 솔직 고백
“내 몸의 성감대를 찾는 자위행위가 불감증 극복에 도움이 돼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병이 있다. 바로 불감증이다.
병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한다지만 불감증은 남편에게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혼 8년차 주부인 진영미씨가 자신의 불감증 극복 체험기를 털어놓았다.
“성관계를 할 때 별다른 느낌이 없었어요. ‘아, 내가 불감증이구나’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살았죠. 어떻게든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살아가는 데 특별히 불편한 점도 없고 남편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으니까요.”
올해로 결혼 8년차에 접어든 진영미씨(37·가명·고양시 일산구)는 앳된 얼굴의 소유자로 ‘몸짱’ 부럽지 않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미혼으로 착각한 남성들로부터 종종 데이트(?) 신청을 받기도 한다는 그의 취미는 책읽기. 6살 난 아들을 둔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책읽기를 좋아하는 주부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는다. 진씨와의 인터뷰 자리에는 그가 속해 있는 독서토론회 회원인 김수경씨(38·가명)와 이민정씨(37·가명)가 동석했다.
“다른 여성들은 클리토리스를 손으로 만지거나 오럴섹스 등을 통해 애무하면 좋은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전 그 반대였어요. 남편이 만지려고 하면 ‘거긴 싫어’하고 말할 정도였죠. 신혼 초부터 싫다고 하니까 남편은 더 이상 만지려고 하지 않았어요. 물론 가끔 그곳(클리토리스)에 손길이 닿으면 약간 짜릿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남편이 만지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진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결혼 10년차의 이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성관계를 갖는다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저도 처음에는 남편이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경험에 비춰보니 오르가슴은 클리토리스와 가슴 등 성감대를 충분히 애무한 다음에 이뤄져야 가능한 것 같더라고요. (남편이) 무턱대고 하자고 달려드는 경우는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아요. 클리토리스 등을 충분히 애무해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면 별다른 쾌감을 느낄 수 없지 않나 싶어요.”
오르가슴 장애와 성교통, 불감증 등의 성기능 장애로 고통을 받는 여성은 아주 흔하다. 여성의 불감증은 한번도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다거나 자주 경험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남편과의 성관계보다 자위행위에서 더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낄 때 불감증으로 분류한다.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껴본 적은 없지만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정상위 체위에서는 아무 쾌감을 맛볼 수 없었는데 여성상위 체위로 할 때 아주 짧은 순간 온 몸이 짜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때 ‘아, 이게 오르가슴이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런 느낌을 맛본 건 결혼생활 8년 동안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성상위 체위가 클리토리스의 자극을 도왔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인 편견과 정보의 부족 및 부끄러움 등을 이유로 불감증 등에 대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은 흔히 그 이유가 남성의 성능력 부족 때문으로 생각하지만 원인은 여성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관련 학회의 주장이다. 성감에 작용하는 신경세포의 이상, 질 근육의 탄력 저하, 음핵이 파묻혀 있는 경우가 오르가슴 장애나 불감증 등 여성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주요인이라는 것.
“비록 불감증이긴 했지만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어요. 물론 성관계를 할 때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아도 남편을 위해서 거짓으로 좋다는 시늉은 했죠. 그래야 남편도 민망해하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 부부는 마음이 통하면 2~3일 연달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보름이고 한달이고 건너뛰곤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성관계를 하는 것보다는 스킨십이 더 좋았어요.”
대한산부인과학회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부의 50%는 성관계를 하면서 질 오르가슴이나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느끼지만 나머지 50%는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10%는 자위행위를 할 때만, 30%는 성관계를 할 때 별도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야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나머지 10%는 어떤 방법을 써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불감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불감증이라고 여기는 여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성기능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인 억압 때문에 자신의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가 하면 지적 수준이 높은 여성 가운데 스스로를 지나치게 억압하여 불감증 환자가 되기도 한다. 진씨는 자신도 왜 불감증이 생겼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를 낳은 이후 요실금이 생겼어요. 그게 심해져서 작년에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선생님이 ‘성관계를 할 때 느낌이 어떠냐’고 묻기에 솔직하게 대답했죠. 그러니까 불감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자위행위를 통해 자신의 성감대가 어딘지 파악하는 것이 첫번째라고 하더라고요. 젤을 바른 후 제가 직접 클리토리스를 자극해보라고 하는데…. 처음엔 만져도 별다른 느낌도 없고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뒀다가 나중에 다시 시도를 해봤는데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목욕할 땐 샤워기 물로 클리토리스 자극하며 성감 북돋워
진씨는 “내 몸의 성감대 찾기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목욕 시간을 이용해도 좋고 목욕 후 침대에 누워서 하는 것도 좋다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오일, 로션 등을 이용해 온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몸의 감각을 느껴보는데, 이때 야릇한 상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남편이 클리토리스를 만질 때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샤워기의 물줄기가 클리토리스를 자극했을 땐 참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처음엔 그런 자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불감증을 극복하기 위해 내 몸의 성감대를 찾기 시작하면서 샤워를 할 때도 일부러 자극을 줘서 몸이 흥분되는 연습을 해요.”
처음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몸을 어루만진다는 것이 부끄럽고 부자연스러웠다는 진씨. 하지만 남편과의 원만한 성관계를 위하여,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하지 않기 위해 불감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고 한다.
“내 몸의 성감대를 찾아서 남편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걸 말한다는 게 무척 쑥스럽더라고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얘기했죠. 예전에는 패스트푸드를 먹듯 5~7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시간에 후닥닥 해치우듯 성관계를 가질 때가 적지 않았는데 요즘엔 성감대를 애무할 수 있는 전희시간을 충분히 갖기 위해 한번을 해도 정성껏 하려고 서로 노력하고 있어요.”
여성의 불감증은 남성의 성기능 장애에 비해 치료 효과도 높은 편이다. 약물의 도움 없이 성치료만으로 85%는 치료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불감증 여성을 위한 치료법으로는 ‘성적 쾌감 훈련법’이 사용되고 있다. 진씨도 이 훈련법을 통해 불감증을 극복했다.
“우선 삽입과정 없이 남편과 제가 전희를 통해서 서로의 몸을 탐닉해요. 충분한 훈련이 될 때까지는 성기와 유방에 대한 애무는 금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두 곳을 제외한 성감대를 찾아애무하는 훈련을 했어요. 이 훈련은 보통 매회 한 시간 이상씩 20여 차례 받고 난 후 가볍게 삽입을 하는 것을 허용하고 그 후 차차 깊은 삽입을 하는 거죠.”
불감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전희를 충분히 나누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은 전희 없이도 극치감을 맛볼 수 있지만 여성의 몸은 남성과 다르다. 여성에게 있어 전희의 유무는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잣대와도 같다. 남성이 전희를 기피하면 여성이 먼저 남성을 애무해주는 등의 행위를 통해 결합의 시간을 늦추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여성 불감증의 원인은 드물기는 하지만 남성의 포경처럼 여성의 클리토리스가 포피에 덮여 있는 경우가 있다. 진씨의 이야기를 듣던 김씨가 자신도 그렇다고 했다.
“친구들과 오르가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데 다들 클리토리스를 애무한 후 삽입을 하고, 성관계 중에도 그곳(클리토리스)을 자극하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안 그러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정상이 아닌가 보다 싶어서 병원을 찾았는데 클리토리스가 포피에 덮여 있다면서 수술할 것을 권하더라고요. 일종의 여성 포경수술인 셈이죠. 그런데 전 클리토리스를 만졌을 때 아무 느낌이 없는 반면 질에서 강한 쾌감을 맛볼 수 있어서 수술은 안 했어요.”
섹스는 부부에게 있어 재미있는 ‘놀이’
여성들은 출산으로 인해 질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진씨도 이 경우에 속했다.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그는 지난 4월 초 질 근육의 배열을 가지런히 해주는 일명 ‘이쁜이’ 수술을 했다.
“불감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수술을 하면 성관계를 할 때 남편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 했는데…. 글쎄요. 남편은 수술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케겔운동 있죠? 소변을 참을 때를 연상하면서 질을 몇 초 동안 수축했다가 긴장을 푸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요. 그것을 병행하는 것이 불감증 치료와 성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하루에 100회 정도 하고 있어요.”
진씨는 불감증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섹스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자신감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요실금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의사의 조언을 통해 불감증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불감증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희 시간을 늘리는 것이나, 내 몸의 성감대 찾기 등은 모두 손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이잖아요. 성관계를 할 때 부끄럼 없이 임해야 하고요. 충분한 여유를 갖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한 후 성관계를 갖는 게 불감증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 오르가슴을 잘 느끼는 사람들도 급하게 성관계를 갖거나 (여성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게 되면 감도가 떨어진다고 해요. 섹스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후에 느긋한 마음으로 임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진씨의 남편도 진씨가 섹스에 관심을 보이자 내심 좋아하는 눈치라고 한다.
“아직도 매번 성관계에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건 아니에요. 예전보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횟수가 많아졌다는 거죠. 부부에게 있어 섹스는 아주 소중한 대화의 수단이자 극치에 도달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라는 걸 결혼한 지 8년째 접어들어서야 깨달았어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됐다면서 밝게 웃는 진씨. 큼직한 가방을 메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그의 생기발랄한 걸음걸이에 활력이 넘쳐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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