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오작동 예방법_by 성지식

0 0 0

그의 오작동 예방법

다음과 같은 4가지 금기 룰만 잘 따른다면, 그는 절대로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완전 삐뚤어질 테다 로고가 박힌 티셔츠에 당신이 제일 싫어하는 89년산 핀토스 청바지만 입고 다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다음의 오작동 예방법을 필독할 것.


그가 아프다고 하면 일단 시한부 인생처럼 위로하라
남자들은 언제나 최고이길 바란다. 자동차건, 내비게이션이건, 병이건! 밴드 하나면 해결될 것 같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이 최고로 몹쓸 병에 걸린 것처럼 여겨지길 좋아한다. 치통으로 고생 중인 당신에게 왜 또 생리 중이야?라고 물을 정도로 타인의 고통엔 냉담해도 종이에 벤 자신의 손가락은 불치병쯤으로 생각하는 게 남자다. 죽어도 해결되지 않을 이 문제로 두 번 다시 싸우고 싶지 않다면 일단, 어머 너무 아프겠다.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어. 당장 병원 가자!라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 것. 그럼 그는 괜찮아. 이 정도 가지고 뭘 하면서 완전 당연한 얘기를, 마치 굉장히 참을성 많은 어른인 양 떠들어댈 거다.


휴가 계획을 짜기 전에 미리 축구, 야구, 스타크래프트 등 모든 종목의 리그 일정부터 확인하라
그들이 생각하는 지옥 = 월드컵 기간 중 위성 TV가 나오지 않는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 노홍철의 아기 스포츠단에 대한 유대감처럼 모든 남자들이 스포츠와 열렬하게 반영구적으로 유대하고 있다. 두산의 투수 리오스에 대한 사랑만으로도 ‘참이슬’을 거부하고 평생을 ‘처음처럼’을 선택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휴가 계획을 미리 짜버렸다고? 그의 옷장에서 꺼내 당신이 그토록 불 질러버리고 싶어했던 그의 핀토스 청바지가 데이트 유니폼이 될 수도 있는 이 긴박한 순간! 이 힘든 역경의 난관을 뚫을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다. 완벽하게 두 가지 종류의 휴가 계획을 짠 후 그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조금은 화가 풀릴 것이다. 왜냐하면 월드컵 다음으로 그들이 사랑하는 건 최종 선택을 하는 순간에 느끼는 우월감이니까.


컴퓨터 팬이 과열로 터지든 말든, 그가 수리를 끝낼 때까지 내버려 둬라
술값으로 하루에 20만원 날리는 건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AS센터에 지불된 2만원은 무슨 사채 이자쯤으로 생각하는 게 바로 남자다. 전자제품 수리 문제로 그가 삐쳤다면 브라운관이 해체되든, 수도관이 터져나가든 일단 끝까지 그에게 맡겨라. 그가 돌아간 후 AS센터에 연락해도 늦지 않다.


뭐든 선물해주면 이게 웬 횡재야!란 식으로 오버하라
뭐 하러 샀어? 이런 걸, 내 사이즈 몰라?, 나 이거 다른 색깔로 바꿔도 돼? 이런 멘트는 절대절대절대X100 금물이다. 일생 딱 한 번 그의 선물에 당신이 이렇게 말했음에도 그는 죽기 직전 유언으로 선물 금지를 내릴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그가 직접 선곡했다고 구운 CD 하나를 주면 어마, 오빠 너무 로맨틱하다. 나 잘 때마다 이거 들을 거야라고 말하고, 상품권 정도 수준의 현금 통용 가능한 선물을 주면 일단, 좀 앉아. 좀 쉬어야지. 이렇게 큰일을 해냈는데!라고 말할 것. 그 정도는 오버해줘야 두 번째, 세 번째 선물을 받아낼 수 있다.








,

성지식 Hot Issue

글이 없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