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중의 성관계_by 성지식
“생리 중에 성관계를 하면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서요?”
“생리 중의 성관계는 나쁜가요?”
이런 상담을 자주 받는다.
‘생리중에 성관계를?’ 하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 지 모르나 실제로 생리 중에도 성관계를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들 중에는 생리 중에 강한 성욕이 생기는 탓도 있고 어떤 사람은 생리 중에는 절대로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피임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생리 중에는 결코 임신이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라면 “no”이다.
임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생리란 무엇인가?
한달에 한번씩 성숙된 난자가 여성의 난소에서 나온다.(평생 정자를 생산해 내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태어날 때 평생 쓸 난자의 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그래서 이 난자가 정자를 만나게 되어 수정이 되고, 이 수정체가 여성의 자궁내벽에 무사히 착상되는 것을 우리는 ‘임신’이라고 부른다.
난자가 나오면 자궁내벽은 호르몬의 작용으로 아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즉 내벽에 혈관을 풍부하게 발달시켜 자궁내벽을 두툼하게 만든 후 수정된 아기씨를 받아들여 키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난자와 정자가 만나지 못해 아기가 되지 못한 난자와 함께 혈관으로 두터워졌던 자궁내벽이 벗겨져 정맥피와 나오는 것이 바로 생리이다. 한번에 나오는 생리혈은 작은 우유 한 통 정도라고 한다.(최근의 심신산부인과학에서는 여성의 병은 모두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생리전후의 통증 때문에 심하게 괴로워 하는 여성의 경우 사람과의 관계맺기에 서투르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많은 부분 공감하게 하는 이론이다)
한달에 한번 난자가 나오는 것을 배란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배란은 생리 시작 후 14일 정도 되는 날 일어난다. 이 배란일에다 자궁속에서 난자와 정자가 각각 살아 있을 수 있는 날을 더하여 생리 예정일로부터 거꾸로 세어 12∼19일 정도 되는 일주일 정도의 날들을 가임기라고 부른다. 다른 때보다 임신이 잘되는 날들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일주일간만 피한다고 하여 임신이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돌발배란이라는 것이 있다. 이 돌발배란이란 알 수 없는 이유로 돌발적으로 배란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돌발 배란이 되었을 때 임신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얼마 전 어떤 일간지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사람도 배란기는 불규칙할 수 있다는 의학계의 보고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이 프랑스의 파리를 점령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 나면 점령지의 여성들이 피해를 보기 마련인지 그때도 많은 파리의 여성들이 독일군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중 생리 중이던 여성의 40%가 임신을 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한다.
충격을 받아 돌발배란이 일어났다고도 하지만 아직 그 이유는 이렇다하게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돌발배란 자체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성학자는 “여성의 가임기는 365일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즉 언제든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젊고 건강할 때는 생리주기를 이용한다든지 하는 자연피임보다는 반드시 콘돔 등의 기구를 사용한 피임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생리주기가 길고 생리기간이 짧은 여성은 생리 중에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것은 생리 중에 이미 배란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생리 중에 성관계가 좋은가 하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미 생리 중에 임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생리하는 중에 성관계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도 피와 성기가 접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리 중에는 여성의 심신이 많이 예민해져 있어서 성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물론 생리 중에 성감이 놀랄 정도로 예민해진다는 사람도 있긴 하다) 생리 중의 여성은 어느 정도 예민해지기도 하고, 개인차가 있겠지만 평소 맡지 못하던 냄새를 맡기도 하고,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음식을 못 먹는 경우도 있다. 또 무척 불안정해져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몸으로 말하자면 여성이 생리를 할 때는 평소에는 닫혀 있던 자궁경부가 조금 열려 있게 될 뿐 아니라 평시에는 산성액으로 자정작용을 충분히 하던 질내 균들의 균형이 흘러내리는 생리혈로 씻겨 외부균에 대해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궁내벽이 허물어져 상처가 나 있는 상태가 생리중이다. 외부균으로 인한 감염이 어느 때보다 쉬운 때라고 할 수 있다. 즉 건강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생리 중에는 성관계를 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리 중에 강한 성욕이 생기고 느낌도 나쁘지 않고, 또 서로 너무나 원한다면 성관계를 억지로 금할 필요는 없다. 사랑을 나누고 싶다면 꼭 콘돔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피와 접촉하지 않고 외부균이 자궁 안으로 침입하는 것도 얼마간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서로의 성 건강을 지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어쨌든 어떤 성관계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상대가 원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생리 중에는 여성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마음과 몸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도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배정원(인터넷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여성신문 제7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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