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쉬운 여자가 아니다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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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7 21:20
영화 <건축학개론>
난 중학교 때부터 성(性)적으로부터 상처를 받아왔다. 14살 때 체육관 관장 님이 허벅지를 만지기도 했고 집으로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나마 자신의 페니스를 안 꺼내준 게 감사하다.
18살 때 만난 변태 같은 일본인 남자친구는 첫경험을 함께 나눴지만, T팬티와 자신의 정액을 선물해줬다. 거지 같았던 직장 상사의 남편은 열이 39도까지 올라서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들었던 나에게 '한번 안아보자'며 무력을 썼지만, 다행히 내가 근력 좋은 여자라서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남자들. 이분들 중 일부는 '섹스'에 관련된 사이트니까 충분히 더럽게 놀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하는 건 '인간'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시길 바란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수치스러움'을 느끼기에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도대체 나한테는 왜 이런 거북스러운 일들이 잊을만하면 생기는 건지... '내가 올해 삼재라서 그런 걸 거야 '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잠시뿐이었고 아직도 그 상황들이 화도 나고 어이도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이렇게 했어야지'하는 후회들뿐이니 문득 그 일이 떠오르면 이내 다른 일을 하면서 잊혀지길 바랬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들이 날 점점 힘들게 만들었고 제일 친했던 아빠의 손길마저 싫어지기 시작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고민을 했다.
'내가 뭘 했길래 그 사람들이 나에게 이러는 거지?'
보시다시피 전부 '시각'에 관련된 질문이다. 난 이런 일들이 떠오를 때마다 내가 했던 행동들도 떠올랐다. 남친이 생겼을 때마다 내가 너무 밝혀서 그런 건지 남자를 만날 때면 너무 짧게 이 남자, 저 남자 만나서 그런 건지 남자에 관한 나의 행동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생각하는 게 거지 같아서 거지 같은 남자들만 골라서 사귀는 건 아니다. 나도 번듯한 직장을 가지려고 준비 중이고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하는 생각 있는 아이다. 게다가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예의 바른 사람을 찾는다.
이런 질문들은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너무 짜증이 났다. 원래 그게 내 모습인데 그곳에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하니 안 보였다. 내가 쓴 레포트를 몇 날 며칠을 봐도 오타를 못 찾아내는 것처럼...
오늘에서야 난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전혀 '나'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었다. 당신은 그만큼 매력적인 사람이고 사랑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들의 시선을 뺏을 만큼 그들의 아내나 남편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매혹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결론은 당신과 내가 너무 매혹적이어서 거지 같은 남자들이 들러 붙는 거였다. 나의 마음을 거지 같은 남자에게 줄 생각이 코딱지 만큼도 없는데 말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니 본인의 탓으로 돌리지 말길 바란다.
저는 자주 성욕을 식욕에 비유합니다. 배가 고프다고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는 사람이 쉬운 사람입니다. 솔직한 사람은 배가 고파도 가려서 먹을 줄 안다는 점이 쉬운 사람과 다릅니다. 상한 음식을 먹으면 자신의 건강을 해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쉬운 여자가 아니라 그런 남자들이 쉬운 남자였고 상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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