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섹스칼럼을 쓰는 이유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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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1 21:20
영화 [Ruby Sparks]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 난 에디터는 아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에디팅하기 좋게 정렬해놓는 클리핑과 스크래핑이 주된 업무, 물론 때로는 발번역을 하기도 하고 인터뷰를 따오기도 하는 잡일까지 도맡고 있다. 그래서 글 쓰는 수준은 딱히 그닥~ 중학교때까지 글짓기 상장을 받은 전력이 다인데다가 이과라서 크게 글쓰기에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섹스칼럼은 성의학칼럼과 테크닉등에 대한 칼럼으로 나뉜다. 성의학은 그야말로 전문적인 영역으로, 임상을 거칠 영역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다. 병원에서 의사가 자신의 판단에 의한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것처럼, 정해진 틀 안에서만 결론지어진 의학적 지식을 꺼내어 놓는다. 그것을 다른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에디팅하는 것이 성의학 칼럼니스트이다. 두빵 선생님처럼 현직 전문의가 적는 경우도 있고, 학위논문을 공동 집필한 의학회 회원이 적는 경우도 있다.
반면 성테크닉이나 체위기술에 대한 칼럼의 경우는 이론만으로는 아무래도 힘들다. 제한적이고 사람마다 각각 다른 성감대, 지스팟의 위치, 고조기에 오를 때의 반응 등,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것이 절대적이다, 라고 제시 할 수 없다. 그 중에서 보편적으로 대부분에게 적용이 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스킬에 대한 부분을 알려주는 것으로 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성테크닉을 전문으로 알리는 칼럼니스트가 거의 없는 것이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알려진 분들이라고 해야 아더님이나 샥띠님, 발렌티노님, 최세혁소장님 등.. 수많은 실전을 통해 이론을 체계화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딱히 호응을 얻을만한 일은 아니니까, 더욱 우리나라같은 도덕적 환경이라면 (그나마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다)
하다못해 레홀에서도 '많이 잔게 자랑이냐' '하나에 집중해라' 등등의 말을 듣기도 했고 받은것 하나 없는데, 억울하게 몰린적도 많았으니(특히 댓글로 은근히 비방하는 너, 익명게시판에 조잘대는 너, 다 지켜보고 있다.. 한번은 터트릴 거다. 나이 값 해라) 지금 생각해보면 뭐 이렇게까지 적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래도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나름 전문가가 되어보려고 노력한 걸 생각하면, 의지박약의 표본인 스스로를 생각해봤을 때 참 대단하기는 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쉽게도 아직까지의 칼럼들은 대부분 일러스트나 사진이 부족하다. 스스로 능력이 된다면 좋을텐데, 대부분의 섹스를 위한 과정이나 자극 시 움직임, 여러가지를 디테일하게 알리기 위해서 글만으로는 힘들다.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고.. 요즘 전체 포스팅했던 글을 정리중인데 꽤나 뒤죽박죽이고 챕터를 통일시키려 하니 머리가 아프다. (다행히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섹시고니님이 도와주셨다) 출판을 계획중인데 - 물론 첫번째 출판은 아니지만 - 스스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검토할 시간이 좀더 있었으면 좋겠다.
섹스칼럼을 적는 이유는, 대부분의 칼럼니스트들이 지향하는 목적과 같다. 자신을 해당 영역의 전문가로 인식되어지게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순수한 목적이 강하다.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섹스를 즐기고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섹스의 깊은 의미를 깨닫는 것.
섹스에 대해 '불순함' 없는 동기가 이렇게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고 답변을 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모르는 영역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것을 알고 있다면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서 그들이 자기 것으로 만든 지식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다. 막연하고 두리뭉술하게 뜬구름잡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그것은 자기 감상일 뿐이지 섹스칼럼이 될 수 없다. 그것에 대한 비판을 초기에 들어왔고, 결국 무관심으로 응대 받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적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적은 대로 이렇게 했더니 느낌이 달랐다, 좋아하더라. 감사합니다' 라고 했을 때 나는 가장 큰 기쁨을 얻는다.
섹스라는 멋진 가치를 깨닫고 그것의 매력을 다른 이에게 전파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전파된 지식에 의해 나도 모르던 사실을 다른 누군가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만큼 감탄스러운 일은 없다. 이렇게 발전하면서 각자의 섹스를 받아들이는 몸과 마음이 열려나가면 내가 지향하는 어떤 가치에 도달하겠지. 뭐, 언젠가는 기술에 의해 사람의 섹스가 컨트롤되고, 어쩌면 사람의 수족을 쓰지 않아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본연의 가치가 변하란 법은 없으니까. 나는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을 하고 즐기며 사람들과 함께 많은 것을 공유하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erótico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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