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연인의 미묘한 경계_by 성지식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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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03:20
친구와 연인의 미묘한 경계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당신에게 유용한 어드바이스.
내게는 친구도 아닌 그렇다고 애인도 아닌 어정쩡하게 만나는 두 명의 남자친구(?)가 있다.
한 명은 예전에 헤어졌다가 감정이 흐려진 상태에서 다시 만난 과거의 애인이고, 다른 한 명은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호감을 표시해 예스라고 말할 수 없었던 친구다. 나는 가끔씩 이들을 만나곤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요즘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냐 ’고 물어본다. ‘무슨 여자친구?’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한편으로 마음을 놓으면서 한마디를 던진다.“내가 예쁜애 소개시켜 줄게.”
물론 나는 아직까지 한번도 그들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준 적이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순도 100%의 친구라면 명쾌할 문제인데 그러지 못한다.
물론 헷갈리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오늘 이러이러한 화나는 일이 있었는데 이해할 수 있어?’라는 나의 전화를 새벽 1시에 받는 그들이 과연 친구와 연인 중 어느 자리에 나를 포지셔닝시킬까.
그러나 나는 그들 중 어느 누구와도 사귀지 않을 거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더이상 그들과 연애를 할 날은 오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나는 애매하게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결정의 시점이 지났기 때문이다.
흔하게 화제가 되는 친구와 애인 사이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친구에서 서서히 떠올라 살짝 달뜬 후 애인으로 넘어갈락 말락 하는 정점에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만남은 늘 뜨뜻미지근할 수밖에 없다.그래서 이 시점을 감지하는 사람만이 친구와 연인을 판단하는 경계를 찾을 수 있다.
‘이게 혹시 마음이 있는 행동 아닐까?’‘그말뜻은뭐였지?’하며 백날 방 안에서 고민해봤자 시점을 놓친 사람에게 기회는 더이상 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의, 혹은 그녀의 감정선이 서서히 무르익어 바람을 타는 순간을 잡아 행동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한 연애의 지름길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시점을 조금이라도 지나서 판단을 내리면 그때는 이미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연인이 되려는 시점을 느꼈을 때“평소에 따로 만나거나 식사를 한 적이 없는 선배였어요. 완벽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의 오빠였는데 둘이 함께 저녁을 먹은 후 테이블에 목도리를 놓은 채 나갔더라구요. 그걸 뒤에서 챙겨서 전해주니까 ‘내가 이런 실수를 한적이 없는데 웬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더군요. 그 순간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느꼈죠.”(김현정,26세,비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 우선 의심할 수밖에 없다.어느 정도 그도 승부수를 띄운 한마디였을 것이고, 웬만한 여자라면 눈치를 채겠지만 정확지는 않다. 소극적인 남자들은 이 정도의 표현으로도 대시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후에 더 후배처럼, 더 절친하고 더 발랄하게 굴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는 거절당한 것을 알고 당황하는 듯하더니 혼자서 정리했다고 한다.
미묘한 신호가 둘 사이에 몇 번 오가면서 자연스레 그녀도, 그도 정확한 위치를 찾은 것이다.
“뜬금없이 ‘남자친구는 잘 있어?’라고 묻는 거예요. 제 남자친구를 아는 사람도 아닌데.
‘왜 남자친구가 같이 안 있어줘?’라고 이어서 묻기도 하고. 이런건 골키퍼가 잘 있냐? 혹시 선수 교체할 생각 없냐는 질문이죠.
그럴 땐 괜히 이상한 사이가 될 것 같아 우선 그 상황은 넘어가고 이후에 만날 기회를 줄였어요.”(이효신,24세,대학생)
이 남자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아마 그녀가 ‘헤어졌어 ’라는 대답을 했다면 무언가 다른 행동으로 가는 화살표가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대답이 원했던 방향과 반대로 가니 ‘그런데 왜 같이 안 있어줘?’ 라는 다소 꾀죄죄한 질문이 이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만약 당신이 싱글일 때 이런 멘트를 들었다면 이때부터 둘 사이에는 가속이 붙는다.
물론 둘 다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갑자기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날이었는데 우산이 없는 저에게 그가 함께 우산을 쓰자고 했어요. 함께 우산을 쓰면 어쩔 수 없이 서로 닿게 되잖아요. 자연히 그의 어깨쯤에 제 시선이 머물게 되고. 함께 우산을 쓰고 주차장까지 가는 그 몇 분이 어찌나 길던지.1시간은 되는 것처럼 느껴졌죠.”(한주연,28세,교사)
우산을 같이 쓰는 것만큼 관계에 불을 지피는 기회가 또 있을까 좁은 공간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영화 ‘첨밀밀 ’에서 장만옥과 여명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좁은 다락방 같은 곳에서 비를 피하다가 처음으로 키스를 나누던 장면. 일본에는 어린아이들의 장난 가운데 우산을 그리고 그 밑에 둘의 이름이나 얼굴을 그린 다음 ‘아이아이가사 ’(愛+合傘,우산을 함께 쓴다는 뜻)라고 놀려대는 행동이 있다. ‘누구랑 누구는 사귄대요’라는 뜻이다.
우산을 함께 쓰자는 그의 제의를 받았다면 이미 시점은 무르익었다고 보아도 좋다.
“명동에서 친하게 지내는 여자애랑 길을 가다 인터뷰를 당한 적이 있었어요. 리포터가 이것저것 묻다가 ‘두 분이 어떤 사이세요?’라고 물었는데 둘이 같이 ‘친구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그 뒷맛이 왠지 이상한 거예요. 그런 질문은 연인 사이임을 가정하고 물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잖아요? 그래서 우리 둘을 생각해보니 단순한 친구의 감정만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어요.”(정이성,26세,대학원생)
때로 친구와 연인의 경계는 외부에서 찾아진다. 둘 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깨닫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의 경우는 이미 드라마에서 많이 보지 않았던가. 영화 ‘리얼리티 바이츠’에서 에단 호크는 친구 이상의 감정을 거부하는 위노나 라이더에게 “관계란 발전하게 마련이야 ”라는 말을 한다.
대체로 이런 경우에 여자는 해피 엔딩보다는 이전만도 못한 사이가 될 것을 염려해 변화를 거부하고 남자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일 것을 주문한다.
물론,이때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 친구와 제가 동시에 알고 있는 친구가 저를 불러서 걔가 너를 다르게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하는 거예요.난처했죠.정말 그런 거라면 저한테 직접 말할 것이지 왜 다른 사람에게서 듣게 하는 거예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럽던 전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렸죠.”(최현석,28세,은행원)
친구와 연인의 관계 정립은 스스로가 해야 한다.
안 그래도 미묘한 감정의 응어리가 많은데 여기에 제3자까지 낀다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기억하자.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아무리 갈등이 심하다 하더라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을.
물론 남자 자체의 속성에는 사귀는 여자를 친구이기 이전에 먼저 여자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절은 ‘친구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보다 ‘나는 네가 여자로서는 별로야’가 솔직한 의미인 게 사실이다.
연인을 만드는 몇 가지 테크닉시점이 되었음을 판단한 후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친구 관계는 생면부지의 남에서 출발하는 연인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이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연인으로 가는 공간 이동이 안전하게 이루어진다.
우선,그의 쇼핑에 따라간다.
부모님 선물이나 옷을 사러 가는 등의 일을 같이 하면 친밀감이 깊어진다.
연애는 착각이다.연인들이 잘하는 행동들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감정은 머리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저만큼 달려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스스로 정의하지는 않아도 주위의 시선은 이미 둘을 따로 분리시켜 보든가, 무의식중에 서로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경험을 언젠가 겪게 될 것이다.
칭찬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탐색 과정이 이미 생략된 친구끼리 ‘낯간지러울’정도로 칭찬하는 것은 어색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진지함을 주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친구가 아닌 다른 카테고리에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친구 특유의 동질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니 이 방법은 식은 죽 먹기다.그가 좋아하는 음식점에 가서 그가 좋아하는 메뉴를 시키며“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능청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부탁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해결할 수있을 만큼만 부탁을 해서 우쭐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슷한 효력을 가진 ‘칭찬’테크닉보다 친구 사이에서는 안전한 방법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이걸 하는데 잘 모르겠어”정도의 출발점이 적절하다. 위험부담은 적으면서 효과는 최대인 가장 좋은 어프로치 방법인 ‘부탁 ’은 굳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느 관계에서나 통용되는 기술.
그 밖의 방법으로는 귓속말이 있다. 귓속말은 비밀을 공유한다는 유대감을 주어 은근하고 특별한 사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귀는 운동신경은 없고 감각신경만 있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귓속말로 속삭일 때는 청각과 촉각이 동시에 자극을 받아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시각을 자극할 수도 있다.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다리, 특히 종아리이고 여자가 남자를 볼 때는 목선과 어깨라고 한다. 어느 날 친구에게 이성으로서 다가가고 싶다면 오버하지 않으면서 이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두 방법은 위험 요소가 많다. 양치질을 안해도 부끄럽지 않던 사이에 갑자기 귓속말을 하거나 종아리를 내보이는 등 평소 보기 힘든 행동을 한다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라고 해서 다른 연애의 시작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몇 가지 어프로치 방법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응용력과 다른 방향에서 다가서는 시점을 결정하는 판단력이 ‘연애’로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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