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어리석은 질문‘남자는 왜 바람을 피우는가’_by 성지식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주제를 고른 이유는 ‘제목 장사’ 좀 해보려는 의도다. 이 질문(남자들이 볼 때는 진짜 하품 나오는 질문이다)을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대학교에 다닐 때였다. 나는 여초현상이 심각한 미술대학을 다녔다. 여자들은 술을 마시다가 취기가 돌아 두세 명씩 나뉘어 지방 방송을 할 때쯤 되면 꼭 “남자는 왜 바람을 피워?” 하고 물어보곤 했다. 처음에는 ‘어? 왜 그럴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는데, 똑같은 질문을 수십 명에게 수십 번 받은 후에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건 포기했다. 정답이 있을 리도 없는 질문인데다, 이유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으니까.
‘남자는 왜 바람을 피우는가?’라는 건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 바람은 남자끼리 피우는 게 아니니까(물론 남자끼리 피우는 바람도 있지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이 질문을 올바르게 고치면, ‘인간은 왜 바람을 피우는가?’가 된다.
어떤 사람은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한 상대가 아니라 여러 상대를 찾게 되고, 호기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 몸은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하고 나면 연애가 아니라 ‘생활’을 하게 되니까 젊었을 때의 연애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바람을 피우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요는 다른 사람과 섹스를 ‘했냐’ ‘안 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를 기만한 게 문제다. 남과 섹스를 했으면 무조건 상대를 기만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남자 입장에서 볼 때는 완전히 다르다. 이걸 이해하면 남자의 ‘바람’ 심리를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건 싫건 간에 대한민국 사회는 남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남자들 사회에서 “저는 결혼했으니 다른 사람과는 관계를 가질 수 없습니다” 따위의 말을 했다가는 정신 나간 놈 취급받거나 우스갯소리를 하는 줄 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혼자 속으로 한다는 이야기다. 회식하러 가서 상사가 호기롭게 “2차 가자”며 룸살롱이나 불법 안마시술소로 끌고 가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걸 왜 싫다고 말을 못 하느냐고 묻는 건 남자 사회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다. 그건 마치 여자들끼리 수다 떨다가 “난 니네 얘기 재미없으니까 먼저 갈게”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남자지만, 남자라는 동물은 정말 불쌍해서 쌓이는 정액을 분출하지 못하면 그게 머리로 역류해서 멍청해지거나 비굴해진다. 정액이 점점 쌓이면 조바심이 나서 다른 데 가서 분출하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게 되고, 또 사정을 하고 나면 입이 헤~ 하고 벌어지면서 더 멍청해진다. 다른 데서 껄덕댄 증거를 주머니에 떡 하니 넣고 오거나 자기 입으로 무덤을 파는 것도 그래서다. 탁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남자가 왜 바람을 피우냐면, ‘남자니까’ 피우는 거다. 차라리 고등학교 가정시간에 ‘남자의 성기는 음경과 고환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얘네들은 만족을 모릅니다. 아무데나 들어가고 싶어하니까, 나중에 혹시 남편이 바람을 피우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설명해주면 트러블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궤변이냐고 그렇게 펄쩍 뛰지 마라.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니까.
“바람은 남자의 본능, 그럼에도 모든 남편이 바람피우지 않는 건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
남자는 앞서 말한 대로 본능적으로 많은 여자를 원한다.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다. 게다가 젊을수록 좋다. 많은 여자를 원하는 건 생태학적으로 자신의 씨를 좀 더 넓게 퍼뜨리고자 하는 욕구고, 젊은 여자를 원하는 건 그쪽이 자신의 씨를 잉태하고, 태어난 아이를 오랫동안 키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설마 당신의 남편이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정말 귀여워서, 딸 같아서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
그러나 본능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남자가 바람을 피우지 않는 건, 또 피우더라도 줄기차게 연속적으로 피우지 않는 건 바로 당신 때문이다. 그 슬플 정도로 강력하고 치명적인 종족 번식의 본능을 막고 있는 건 도덕관념이나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신을 향한 사랑 때문이라는 말이다. 남자들이 “이상하게 집에서만 안 서요”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고, “마누라가 샤워하면 무서워요”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이상하게도 남녀 간 관계에 발전이 없다. 결혼 전에는 남자들이 마음의 준비도 안된 여자에게 벌겋게 발기한 물건을 들이대고, 결혼 후에는 여자들이 죽은 남편 물건을 붙잡고 이거 왜 고장났냐며 추궁하는 일이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발정 난 20대 남자와 물오른 40대 여자를, 흐물흐물한 40대 남자와 몸을 열 준비가 안된 20대 여자가 결혼하는 문화를 만들 수도 없고 말이다(사실 유럽에서는 꽤 일반화된 문화다).
자, 결국 해결책은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는 방법밖에 없다. 당신의 파트너가 연애 초기에 당신의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해 공을 들였던 것처럼 당신도 한번 해보는 거다. 예전엔 이런 것도 해주고 저런 것도 해주더니 변했다고 툴툴거리는 건 정답이 아니다. 먼저 공을 들이랜다고 20대 때처럼 애교를 부리거나 야한 속옷을 입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엔 너무 유치한 방법이다. 남편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거나, 오랜만에 예전 앨범을 꺼내어 보는 것, 혹은 오랫동안 긁어온 남편의 나쁜 버릇에 대한 바가지를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알다시피 남자들은 단순해서 작은 것에 기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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