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성에 자유롭고 행복한 나라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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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0 09:20
영화 [LOL: 래핑 아웃 라우드]
인스타그램에 성적 매력이 넘치는 사진을 올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20살 대학생, 니키타 클래스투룹, 그녀는 덴마크 청년 보수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한다.
"나라를 위해 섹스하세요." 덴마크의 한 여행사는 이런 도발적인 광고 문구를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최근 덴마크의 저명한 성과학자는 TV에 출연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적자생존이 아니라, 공존의 길을 가는 나라, 덴마크. 타인을 밟고 이겨야 하는 문화가 아니라, 타인과 함께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 나라. 성에 대한 자세마저 이처럼 자연스럽고 자유로운지는 몰랐다. 그들은 말한다고 한다. "운이 좋아서 좋은 나라에 태어났다." 멋지고 부러운 모습이다.
예전에, 성에 비교적 개방적이라는 이들은 어떤 사고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모 사이트의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눠 본 적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섹스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거의 없어서 의아했다. 내가 보기에는 남녀의 짝짓기를 위한 눈치 보기나 여자의 섹스에 대한 수동성에 관한 것들이 전부였다. 섹스를 많이 하고 안 하고, 잘하고 말고 같은 문제가 아니다.
덴마크라는 나라의 성에 대한 인식과 자유 그리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다.
학교에서 포르노를 보여줘야 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찬성이다. 다만, 제대로 된 포르노를 보여줘야 하긴 할 것 같다. 일방적인 남자만의 기승전결로 점철된 포르노, 입을 벌리고 질 마저 그저 벌리고 이리저리 삽입 당하는 여자가 마냥 열린 구멍처럼 다뤄지는 그런 포르노가 아니라, 여자와 남자 둘 다 쾌락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포르노. 즉, 둘 다 황홀한 섹스를 보여주는 포르노라면 학교에서 보여주고 가르쳐서 나쁠 게 어디 있겠는가?
학교나 사회에서 제대로 섹스하는 방법도 교육하고, 더 나아가 오르가즘에 대한 개념과 방법에 대해 교육도 했으면하고 생각해 보았다. 성을 제대로 누리고 쾌락에 대한 주체성이 남녀 모두에게 자리 잡도록 교육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 아니겠는가. 여기서 내가 말하는 쾌락에 대한 주체성은 성적 자유분방함과도 다르다.
그런데 이상한 건, 여자의 성적 혹은 쾌락적 주체성을 통해 양성이 같이 행복해지는 섹스 이야기를 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제일 먼저 거부감을 가지는 이들이 복종적인 성향의 여자들인 것 같다. 그 다음이 이런 성향을 좋아하는 남자들인 것 같다. 자기가 사회에서건 침대에서건 복종하는 삶을 살았으니 다른 여자가 복종하지 않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걸까? 내가 내 멋대로 여자를 다루고 싶으니 아무도 여자에게 성적 쾌감을 주도적으로 느낄 권리 같은 것을 말하지 말라는 걸까? 아마도 행복과 쾌감을 누리지 않는 사람이 타인의 행복과 쾌감을 바랄 리 없으니…
그러나, 진정한 쾌감을 같이 누리지 않고는 자기만의 쾌감도 지속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 더욱 성숙하고 세련된 성적 사고가 자리 잡는 것은 언제쯤일까? 사회의 외적인 부분은 빠른 속도로 바뀔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의 내적인 부분이 빠른 속도로 바뀌긴 어려운가 보다. 외적, 양적 성장이 내적, 질적 성장을 앞지르는 사회. 우리 사회도 아마 서서히 바뀌는 중일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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